경북 봉화는 여행지라기보다는 마치 조용한 시골 마을에 초대받은 느낌이 드는 곳이었습니다. 번화한 도시의 속도를 잠시 멈추고 싶을 때, 봉화의 산골은 그 역할을 충분히 해줬어요. 이번 여정에서는 청량산과 분천역 산타마을 두 곳을 중심으로 느리게 걷고 조용히 머무는 여행을 즐겼습니다.
청량산에서 만난 깊은 숲과 묵직한 풍경
청량산은 경북 봉화와 안동 사이에 걸쳐 있는 산으로, 이름처럼 맑고 깨끗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었습니다. 제가 방문한 날은 구름이 낮게 깔린 흐린 날씨였는데, 오히려 그 덕에 숲이 더욱 깊고 차분하게 느껴졌어요.
등산이라고 하기엔 부담이 덜하고, 산책치고는 제법 땀이 나는 정도의 완만한 등산코스였습니다. 중간중간 숲 사이로 보이는 암봉과 절벽이 장관이었고, 특히 청량사로 향하는 계단길은 고요한 자연 속에서 걷는 마음 수련 같았어요.
청량사 앞마당에 서면 눈앞에 펼쳐지는 봉우리들과, 멀리 겹겹이 겹쳐진 산능선이 장관입니다. 저는 한참을 말없이 그 풍경을 바라봤고, 바람 소리만 들리는 그 순간이 오랜만에 ‘머무름’이라는 단어를 실감하게 해줬습니다. 자연 속에서 나를 정리하고 싶은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분천역 산타마을, 동화 속 시골 기차역
분천역은 산타마을이라는 별명이 붙은 작은 기차역입니다.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가득하고, 여름에는 또 여름대로 시즌 장식이 달라지는 아기자기한 테마 공간이에요. 제가 갔던 건 봄이었지만 여전히 곳곳에 산타 마을 분위기가 남아 있었고, 기차역 자체가 너무 예쁘게 꾸며져 있었습니다.
역 앞 광장에는 작은 산타 조형물과 기념사진 포인트가 있었고, ‘산타마을 열차’라 불리는 관광열차가 들렀다 가는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었어요. 아이들과 함께 오면 정말 좋아할 장소고, 저처럼 혼자 여행하는 사람에게도 동화 같은 감성을 안겨주는 공간이었어요.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이곳의 한적함입니다. 주말이었지만 북적이지 않고, 조용한 시골 역에 앉아 열차가 도착하고 떠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참 평온해졌어요. 역 주변에는 작은 트레킹 코스도 있고, 로컬 카페가 몇 군데 있어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았습니다.
봉화, 느린 여행이 주는 따뜻한 위로
이번 봉화 여행은 계획보다는 느낌에 따라 움직인 여행이었습니다. 청량산의 조용한 숲길에서 걸었던 발걸음, 분천역의 작은 플랫폼에서 바라본 열차 한 대. 이 모든 것이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게, 마음에 조용히 스며들었어요.
빠르게 소비되는 여행 대신 천천히 누리는 여정을 원하신다면 봉화는 정말 좋은 선택입니다. 도시의 소음을 잠시 내려놓고 싶은 날,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나만의 리듬으로 여행하고 싶을 때. 그럴 땐 봉화가 참 든든한 쉼터가 되어줍니다.